이 주일간 이어지는 험하디 험하고 길고 긴 중간고사 기간 중에 반가운 문자가 날아왔다. 그것은 바로 퍼포먼스 <카르마>를 구경하러 오라는 올블로그의 초대문자. 중압감과 답답함에 멸치처럼 말라가던 나는 순간의 망설임 없이 돌아보지 않고 가을비가 내리는 쌀쌀한 밤에, 시험에 대한 광기로 붉게 물든 도서관을 빠져나와 남산 기슭에 위치한 국립극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만난 <카르마>는 해외 페스티벌에서 성공적인 평가를 받은 국산 공연이라는 광고 문구를 정면으로 내걸고 있는 공연이다. 역시 해외에서 검증을 받은 작품이었기 때문에 극의 구성이나 소품 등 모든 면에서 짜임새 있게 구성되어 있었다. 단순히 평한다면 전체적으로 만족스러운 공연이랄까? 블로고스피어의 분위기도 대부분 만족하는 분위기 인 것 같아서 괜히 그냥 약간 삐뚤어진 심술을 부려보려고 한다.
나의 심술보를 건들인 부분은 <카르마>가 지나치게 오리엔탈리즘 적이라는 것 이다. 물론 <카르마>의 공식홈페이지(http://www.karma.kr/) 에서는 세계인들에게 한국의 미와 정서를 알리고 어쩌고 라고 적어 놓여 있지만, 막상 극에서는 이게 한국적인건지 진정 긍정적인 동양의 미를 표현하고 있는 건지 상당히 애매모호하다. 먼저 <카르마>라는 제목. 공연의 줄거리와 너무 동떨어진 제목이다. 공연 어느 부분과도 매치가 잘 안 되는 이 <카르마>라는 제목은 그냥 단순히 서양 사람들이 그럴싸하게 느끼는 단어를 붙여놓았다는 의심이 들게 만든다. 그리고 상고를 돌리는 캐릭터 재비를 제외하면 복장, 배경, 무술 등은 딱히 우리 것이기 보다는 중국스러운 느낌이 풍긴다. 게다가 극 중간에 느닷없이 시작하는 차력쇼스러운 칼부림은 마치 헐리우드 영화에 요상한 리넨 재질의 하늘하늘한 옷을 입고나와 동양인캐릭터를 연기하는 주윤발을 보며 느낄 수 있는 닭살돋움을 선사한다. 그나마 동양에 대한 서양의 사고방식에서 벗어난 동양의 미와 한국의 미를 표현한다고 생각되어지는 무대 뒤에서 마법처럼 그려지는 사군자는 정말 멋진 극의 구성요소임에도 불구하고 무대 앞에서 펼쳐지는 차력 쇼의 향연에 시선이 분산되어져 버린다.
<카르마>를 보는 내내 내가 받았던 느낌은 바로 '아쉽다' 였다. 서양을 타깃으로 제작된 각종 영화들, 몇 년 전 거침없이 미국시장 문을 두드렸던 일본 최고의 디바 우타다히카루, 그리고 최근의 보아까지.. 그들을, 그것들을 보면서 느꼈던 아쉬움을 <카르마>를 통해서 다시 한 번 느꼈다. 역시 살얼음판 같은 시장경제에서는 어떤 기준에도 자기 자신을 끼워 맞추려 하지 않은 채 한없이 자기 자신이 되려하는것은 쉽지 않은가 보다.